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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가 만난 사람] 신성식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대표

  • 작성자 : 매*팀
  • 작성일 : 2014-12-31 오후 3:09:34
  • 조회 : 928
12월 30일(월)자 한겨레 한겨레경제연구소(HERI) 섹션면에
iCOOP생협사업연합회 신성식CEO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어 공유드립니다.

[HERI가 만난 사람] 신성식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대표
“디플레 상황 가격 경쟁 않겠다…중국에 브랜드 수출”


­신성식(49)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대표는 협동조합 동네의 ‘문제적 인물’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협동조합에서 일했다. 20여년 동안 쓴맛 단맛 모두 경험한 ‘생협 1세대’다. 몰락한 영세 생협들을 모아 현재 조합원 20만명에 연매출 4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대학을 그만두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쌀 직거래 모임을 시작으로 생협 사업(운동)에 뛰어들었다. 1997년 파산 위기의 6개 지역 생협이 뭉쳐 만든 ‘생협연대’, 현재의 아이쿱생협 창립을 주도했다. 조합비와 선수금 제도, 복합 클러스터 건설 등을 통해 생협 모델의 확산을 이끌었다. 최근 출간한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를 비롯해 <새로운 생협운동의 미래>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새로운 생협운동> 등의 책을 펴냈다. 지난 6일 서울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신 대표는 “4~5년 뒤에는 은퇴할 계획”이라고 입을 뗐다. 창업자로서의 보상은 다 받았느냐고 물으니 “아이 둘 잘 키웠으면 된 거 아니냐”며 웃었다.


요즘 경제 상황이 어렵다. 경기 전망과 사업 환경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정부와 학계에선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는 걸로 안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디플레이션을 대비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디플레는 일종의 늪이다.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구조적 디플레이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은 아이쿱 차원에서 자력으로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구조적인 경기침체…생협만의 문제 아니야


­세간의 우려보다 전망이 어두운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는 시장을 확대하는 문제다. 중국 수출이다. 중국은 ‘로컬푸드’라 할 정도로 지리적으로 가깝다. 예컨대 중국 칭다오(청도)는 제주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데, 거기에만 1억명의 시장이 있다. 우리가 국내 구례, 괴산, 밀양 등에 복합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도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 진출은 플랫폼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쿱 브랜드가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홍콩은 사회적 경제 영역을 통해 플랫폼을 진출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 진출은 최소한 10년은 걸리는 장기 사업으로 보고 있다.”


­해외 사업은 아이쿱이 해보지 않은 것이다. 중국 진출에 내부의 문제 제기나 우려는 없나?


“천천히 갈 것이다. 리스크 관리는 책임과 권한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너 기업과 달리 우리는 직에서 물러나는 게 사실상 책임의 전부다. 그래서 더 쉽지 않다. 특히 협동조합은 결정적일 때 넘어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명운을 걸고 베팅하는 게 아니라, 불이 나도 확 옮겨붙지 않는 방식과 속도로 가야 한다. 그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할 때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
국내 시장의 대응 전략은?


“디플레 상황에서 일반적인 대응은 가격 경쟁일 것이다. 더 싸게 구매하고 임금 등 내부 비용은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가격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생협이 몇 년 전 경험한 좋은 사례가 있다. 이른바 ‘농약 만두’ 파문이다. (일본은 2008년 살충제 성분이 섞인 중국산 만두가 광범위하게 유통돼 큰 사회 문제가 됐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생협도 중국 업체에서 납품을 받았다. 사고가 난 중국 공장은 상대적으로 대형 업체이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편이었다. 생협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형 유통업체가 이 업체와 거래했고 줄줄이 사고가 났다. 생협 판매 제품에서 첫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겠지만, 오랜 기간 디플레 상황이 이어지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협이 거기(중국 업체의 납품)까지 밀린 것이다. 거래 비용을 낮춘 역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식품 안전이라는 리스크를 고려하기 힘들 정도로 디플레는 무서운 것이다.”


신뢰 위험 키우는 가격 경쟁은 악순환의 시작
­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소비자 조합원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 있지 않나?


“아이쿱이 크게 성장하면서 가격 협상력이 생긴 게 사실이다. 가격을 더 낮출 여지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낮추지 않을 것이다. 가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지금보다 가격을 5%가량 낮춘다고 하자. 유통 가격을 5% 낮추는 건 생각보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생산자 이익이 줄고 거래 리스크도 커진다. 그렇게 5%를 내린다 한들 우리 조합원들이 얼마나 고마워할까? 1만원짜리를 9500원에 500원 싸게 팔면 정말 큰 효용을 느낄까? 우리는 소비자 신뢰를 거래 비용에 넣으면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가격까지 고민해야 한다. 가격 유지를 인정해주는 소비자 조합원을 지켜내면서 (매출과 수익 감소를) 수출로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업계 1위 경쟁을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
중국 진출은 아직 구상 단계이고 경기 불황은 닥친 현실이다. 국내에선 가격 경쟁을 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건가?


“국내에선 협동조합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게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두번째 전략이다. 생협이 할 일이 조합원의 ‘가격 만족’을 높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조합원에게 다른 만족을 주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건강과 주거, 구체적으로 리조트나 종합병원 등 실버 서비스 영역으로 협동조합 생태계, 사업 영역을 더 넓혀야 한다. 조합원들이 생협을 통해 더 많은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이미 대규모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민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보나?


“우리가 고민하는 것을 최근 실험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에 종합건설회사가 있다. 설계도 하고 주택, 토목도 한다. 여기에서 구례 복합단지를 지었는데 공사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일반적인 민간 공사를 생각해보라. 설계사와 시공사가 건수만 생기면 설계를 변경하고 그 과정에서 공사비가 애초 가격의 몇 배로 올라가는 구조 아닌가. 우리는 설계 변경 없이 협력 관계로 문제를 해결했다. 최초 입찰가도 그리 높지 않았다. 다른 사업 영역에서도 ‘생협 방식’으로 리스크와 생산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본다.”


중심 조합원 늘려 ‘생협 생태계’ 확산시킬 것 ­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와 조합원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 아닌가?


“소비자 생협의 장점이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것이다. 그런데 이게 경영에 있어서는 큰 맹점으로 작용한다. 이해관계가 조금만 변하면 떠나는 ‘나그네 민주주의’다. 소비자 생협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생협은 많은 조합원들이 들어오게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젠 조합원들이 ‘들어와 보니 참 좋은데, 먹거리 말고 다른 것은 없나’ 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 생협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조합원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중심 조합원’ 제도다.”
­
중심 조합원 제도를 통해 투자와 호응을 이끌겠다는 것인가?


“기본 원리는 조합이 하는 사업은 조합원이 직접 돈을 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 조합원이 되려는 사람은 책임 출자금을 내야 한다. 책임 출자금은 조합원 1인당 100만원이다. 지금 우리가 구상하는 실버 사업 재원이 대략 2000억원 정도다. 조합원이 20만명이니까 1인당 100만원을 내야 한다. 출자금 규모는 정확히 ‘엔(n)분의 1’을 한 것이다. 이미 시작했는데 3년 안에 1만명이 책임 출자금을 내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잘되면 모든 조합원에게 의무화할 거다. 가입할 때의 기본 출자금이 100만원이 되는 것이다. 이 금액이 적절한지는 조합원들이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얻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협동조합은 단순히 상부상조하는 조직이 아니다. 비즈니스적으로 거래 비용과 리스크를 낮춰야 하고, 협동조합 생태계가 잘 유지되려면 생산성이 받쳐줘야 한다. 단지 호혜적인 관계만으로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상호 이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신 대표는 생협 1세대다. 차세대 리더십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디플레 문제와 함께 새로운 협동조합 거버넌스를 만드는 게 우리한테 닥친 최대 과제다. 올해도 몇 차례 아이쿱의 리더들이 모여 차세대 문제를 논의했다. 각 공식 단위의 대표는 지금처럼 민주적 방법으로 선출하면 된다. 문제는 역량 있는 협동조합 경영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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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리더가 중요한가? 또 차세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협동조합 경영은 실패와 성공에 대한 보상에 불균형이 심하다. 책임은 크나 보상은 약하다. 구조적으로 복지부동과 관료주의가 싹트기 쉽다. 가치 지향이 강한 협동조합 1세대와 달리 2세대에 가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누가 앞장서서 혁신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겠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일본·유럽·캐나다 등 협동조합 선진국에서는 이미 겪고 있는 문제이고, 아이쿱뿐 아니라 국내 협동조합 전체의 문제다. 차세대 리더는 능력과 가치를 두루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모두 함께 성장하던 시기에는 경영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별문제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때다. 역량 개발은 쉽게 되지 않는다. 아이쿱이 성장한 만큼 내부 인적 역량도 성장했다고 보긴 힘들다.”


차세대 리더 절실… 생산성·분배 조화시켜야 ­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대안이냐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중립적”이라고 말한 적이 적이 있다.


“나는 학자나 이론가가 아니라는 걸 전제로 말씀드린다. 모든 협동조합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고민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의 경제적 동기를 무시한 곳들은 한 세대를 버티지 못했다. 이게 현실이다. 주식회사는 1주1표인데, 협동조합 원리는 1인1표다. 협동조합 거버넌스는 함께 잘 사는 것이다. 협동이 강한 민주주의는 분배에 유용한 모델이다. 그러나 생산을 잘하는 조직은 아니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한 모델은 아니라는 것이다. 분배 구조는 협동조합 방식이, 생산성은 주식회사 방식이 높다고 본다. 둘을 조화시키는 게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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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생협의 비즈니스가 성장 위주라는 비판이 있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넘나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우리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민간 업체를 인수했다 치자. 파견이나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게 정리되고 고용은 더 안정될 것이다. 본사가 정규직으로 채용해 파견 형태로 갈 수도 있다. 이게 협동조합식 성장 아닌가. 농약 만두 파동을 겪은 일본 생협의 사례를 든 것처럼, 사업 환경이 어렵다고 무리한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느리더라도 생협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것이다. 원론적 가치나 경영 성과를 따지는 것보다, 과연 바람직한 길을 찾아가고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 시점에서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긴 힘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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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 조합원을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로 확대하고, 1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가?


“지금 조합원 가구가 전체 가구의 1.3% 정도다. 3%가 된다고 재벌 기업처럼 되는 건 아니다. 물적 토대가 넓어진 만큼 생협 방식의 시스템과 새로운 관계가 우리 사회에 더욱 확장되는 것으로 본다. 자체 사업만으로 10만명 고용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모든 사업을 직접 키워서 할 수는 없다. 중국 진출도 그렇고, 실버 사업도 그렇고, 필요한 부분은 나중에 인수합병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3% 도달 시점을 2020년으로 봤는데, 디플레가 구조화되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조합원들이 행복하다면 속도 조절은 큰 문제가 아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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